치의출신 신형건 시인 “동시 통해 아이가 되는 경험 어때요”

‘거인들이 사는 나라’ 30주년 기념판- 신작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 동시 출판
전수환 기자 2021-01-19 18:18:02

▲ 거인들이 사는 나라<푸른책들 제공>

하얀 페인트로 담벼락을 새로 칠했어./큼직하게 써 놓은 ‘석이는 바보’를 지우고/‘오줌싸개승호’위에도 쓱쓱 문지르고/지저분한 낙서들을 신나게, 신나게 지우다가/멈칫 멈추고 말았어./ 담벼락 한 귀퉁이, 그 많은 낙서들 틈에/이런 낙서가 끼여 있었거든./영이가 웃을 땐 아카시아 향내가 난다/난 영이가 참 좋다 하늘 만큼 땅 만큼<‘거인들이 사는 나라’ 중 「낙서」 전문>

치과의사 출신 신형건 시인(푸른책들 대표)이 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 30주년 기념 특별판과 신작 시집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을 동시에 출간했다.

신형건 시인은 1990년 경희치대 졸업과 동시에 첫 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펴냈으며, 이 작품집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9년 간 치과를 운영하며 시인과 치과의사를 겸업하다 지난 1998년부터 아동청소년문학출판사 ‘푸른책들’ 대표를 맡아 전업 작가이자 출판자로 활동하고 있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는 10만부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로, 이 시집의 수록작 ‘그림자’, ‘벙어리장갑’ 등이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30년 전 20대 치의학도가 첫 시집을 내며 내비쳤던 바람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에게 주는 시’를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평생을 동시를 쓰며 9권의 시집, 1권의 비평집, 100여권의 아동도서를 번역했다.

▲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푸른책들 제공>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은 최근 몇 년간 시작에 매진한 작품들을 모아 놓은 시집.


‘사뿐사뿐 춤을 추듯 엄지 둘을 놀리는 엄지공주(딸)’와 ‘뚜벅뚜벅 독수리 타법으로 검지 하나만 부리는 검지대왕(아빠)’의 말다툼을 묘사하며 스마트폰 시대의 풍경을 기발히게 표현 한 표제 시 외에 스마트폰 시대에서 벗어나 온갖 생명이 숨 쉬는 아름다운 자연과 호흡하길 권하는 시 33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들은 그의 시를 두고 간결하고 소박하며, 단순한 서정에 그치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하나씩 담으며 명징한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고 평한다.

▲ 신형건 시인

신형건 시인은 “세상의 모든 것들은 침식된다. 문학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30년 전 대학 졸업 후 처음 냈던 ‘거인들이 사는 나라’는 꾸준히 사랑받아 지금에 남았다. 내 20대 초중반의 감성이 담겨있는 작품들이다. 독자들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다시 내놨다.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도 심기일전해 최근 지은 작품들을 모은 책”이라며 “글쓰기는 삶의 기록이다. 좋은 글이 안 써져 고민될 때도 삶의 기록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썼다. 그 과정에서 카타르시스, 스스로 위로를 얻었다. 동시는 아동만을 위한 글이 아니다.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에게 권해 본다”고 말했다.


그는 치과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된 옛 친구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도 덧붙였다. 이상훈 협회장과 이민정 대한여자치과의사회 회장이 그의 대학 동기다.

신형건 시인은 “세상을 살아보니 친구들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활약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나는 과감히 전업을 해 시인으로 살아가지만 동기들은 어느덧 치과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됐다”며 “과거 이상훈 협회장이 평범한 개원의이던 시절 교과서에 실린 내 시를 보고 감동했다며 편지를 보내왔던 기억이 있다. 동료들도, 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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