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센터’를 준비하며

특별기고
박지연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정책연구이사 2020-06-25 16:28:11

▲ 박지연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정책연구이사

2018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여성폭력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영역에 침투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그 시발점이 된 최초 발언자가 법조인이라는 사실은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는 여성뿐만 아니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여성이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그 이후의 과정은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여성들의 용기와 열망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 그들을 지지하는 성별을 초월한 인류의 요구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당시 매일같이 쏟아지던 미투 관련 뉴스에는 다양한 유형의 성폭행, 성추행 사건들이 온 국민에게 전달되었고 재판 과정 등을 통해 성폭력, 성추행, 성인지 감수성 등 우리에게 낯설었던 용어들의 정의가 인터넷 검색순위에 등장하였다.


대다수 국민들이 여성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과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표현한 것이다.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도 피해자 중심으로 변화되었고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이는 여성폭력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사회적인 요구를 반영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은 크게 보면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한 부분이기도 하다.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면서 한 사회는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나아간다. 여성은 남성보다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다.


세계의 여성운동은 평등의 원칙을 지지하고, 같은 이유로 인종이나 계층에 대한 차별과 같은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여성의 사회에서의 역할분담, 책임 위치가 비슷하게 성립되어야 한다. 성 고정관념 때문에 특정한 업무에서 여성들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과정은 남성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여성을 드러나게 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게 하며 부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과정은 성차별로 인해 피상적으로는 이익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부장의 굴레를 뒤집어쓰면서 스스로를 소외시키던 남성들에게도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길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성평등은 미래지향적이다.


아이들은 곧 미래이다. 아이들의 평등한 미래를 가꾸어줄 사람은 바로 현재의 어른들이다. 박사방 N번방 등의 왜곡되고 성차별적인 현실을 바꾸어 나가려면, 그 근본인 성에 대한 평등하고도 인간적인 인식이 전 사회에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993년 UN총회에서는 ‘UN여성폭력철폐선언’을 결의안으로 채택하고 여성폭력의 개념을 정의했다. 이 선언문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심리적인 피해나 고통을 유발하거나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종류의 젠더 폭력을 뜻한다.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폭력의 문제에 치과계라고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 믿고 싶지 않지만 수년간 교육기관과 진료실 내 여성폭력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 미투 운동과 더불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때마다 대한여자치과의사회는 TF팀을 결성해 피해자를 면담하고 필요한 법률 자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는지 예의주시하였으며, 해당 교육기관이나 진료기관에 직접 방문하여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신속한 대응을 펼쳐왔다. 수년 간 쌓인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로 2020년 7월 대한여자치과의사회 내 ‘여성인권센터’의 발족을 앞두고 있다. ‘여성인권센터’는 교육기관과 진료실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폭력으로부터 여성치과의사들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교육과 진료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차별적이고 위계적인 성별 권력관계로부터 발생하는 구조의 문제이자 사회문제이다.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성폭력에 내재된 사회구조적 문제가 타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에 공감하고, 각자가 속한 다양한 조직이나 사회에서 양성평등문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요구가 크게 증가하었다.


치과계는 전문가의 조직으로서 이에 앞장서서 사회의 올바른 변화를 주도하는 선구적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의 ‘여성인권센터’의 발족은 양성평등실현이라는 시대적인 요구를 치과계가 이루어 나아가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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